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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행복한 우리말

이승헌 총장의 '행복의 비밀이 숨어있는 우리말' -얼굴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

이승헌 총장의 '행복의 비밀이 숨어있는 우리말' -얼굴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

 

 

 

 

한 외신이 십여 년 전에 우리나라의 유난스러운 성형 열풍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이라며 비아냥 담은 기사를 냈습니다.

당시엔 뭐 그렇게까지야 했는데, 이후 우리나라는 성형 산업과 의료기술 분야가 크게 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성형대국이 되었습니다. 인구 대비 성형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성형 관광'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풍조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성형 열풍이 부는 걸까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비해 얼굴에 특히 집착할 만한 우리만의 숨은 이유라도 있는 걸일까요?

 


..얼굴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


성형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요인으로는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성형 의료 기술의 발달, 자아 존중감의 약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 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형에 적극적인 데에는 오랜 문화 특성에서 비롯한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습관이나 정서에는 얼굴을 중시하는 문화 풍토가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생김새를 꾸미는 데 열중하는 요즘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아니가 태어나면 '얼굴 보고 이름 짓는다'하고 '나이 마흔이면 얼구에 책임져야 한다'고 할 만큼 얼굴의 의미를 크게 받아들였습니다.
또, 눈, 코, 입, 귀 등의 얼굴 생김새를 살펴서 그 사람의 명운을 판단하는 관상학도 일상적으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관상을 일일이 따져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대개 얼굴의 인상만으로도 그사람의 기질과 됨됨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은 '명예'나 '양심'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실수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면, '얼굴을 못 들겠어' '무슨 얼굴로 보나' 하면서 고개를 떨굽니다.

 

이런 표현 속에서 얼굴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려면 반듯한 생김새이전에 바른 양심을 갖춰야 한다는 생활 규범이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잘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은 당장 '낯짝'이 되고 맙니다.
'낯짝이 두껍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죽은 양심을 향하여 혀를 찹니다.

 

한편 우리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얼굴의 각 부위가 몸 안의 자이와 상응한다고 보고, 얼굴색으로 병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뱃속의 주요 장기들이 얼굴을 통해 그 상태를 드러낸다고 본 것입니다.

얼굴을 보면 몸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이나 기질 같은 정신적인 면도 어느 정보 파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로 얼굴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만나는 접점인 것입니다.